《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고윤정이 맡은 오이영은 산부인과 1년 차 레지던트다. 겉으로는 무심하고 날이 서 있어 동기들과 쉽게 거리를 두지만, 환자 앞에 서는 순간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는 인물이다. 이 이중성이야말로 고윤정이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반복해 증명해 온 강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초능력자든 마법사든 의사든, 그는 인물의 서늘한 표면 아래에서 끓고 있는 감정을 눈빛 하나로 끌어올리는 배우다. 신원호 감독 사단이 만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이 스핀오프에서, 오이영은 프랜차이즈 특유의 따뜻함을 새로운 세대의 얼굴로 번역해 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고윤정의 출발점은 연기가 아니라 그림이었다. 서울의 예술고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대학으로 진학한 그는, 잡지 표지 모델로 먼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화면을 압도하는 비주얼로 주목받았지만, 그가 택한 길은 흔한 웹드라마나 긴 무명 시절이 아니었다. 201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에서 김소현 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뒤, 곧바로 지상파·케이블·OTT를 넘나드는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미술을 오래 공부한 사람 특유의 화면 구성 감각과 정제된 표정 연기는, 이후 그가 판타지·스릴러·의학 장르를 두루 소화하는 데 든든한 밑천이 됐다.
| 연도 | 작품 | 역할 | 비고 |
|---|---|---|---|
| 2019 |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tvN) | 김소현 | 연기 데뷔작 |
| 2020 |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 — | |
| 2020 | 스위트홈 (넷플릭스) | 박유리 | |
| 2021 | 로스쿨 (JTBC) | — | |
| 2022 | 환혼 (tvN) | 낙수 (파트1 특별출연) · 진부연 (파트2 주연) | |
| 2022 | 헌트 (영화) | — | 이정재 감독 데뷔작, 스크린 데뷔 |
| 2023 | 무빙 (디즈니+) | 장희수 | |
| 2023 | 스위트홈 2 (넷플릭스) | 박유리 | |
| 2025 |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 오이영 | 산부인과 1년 차 레지던트 |
| 2026 | 남벌 (영화, 제작 예정) | — | 이병헌 공연, 이모개 감독 데뷔작 |
고윤정의 연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정의 낙차'다. 《환혼》에서는 파트1의 낙수와 파트2의 진부연이라는, 얼굴은 같지만 내면이 전혀 다른 두 존재를 오가며 서늘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그려 냈다. 《무빙》의 장희수에서는 무한 재생 능력을 지닌 체대 입시생의 씩씩함과 첫사랑의 설렘을 겹쳐 놓아 MZ세대의 열광을 이끌었다. 오이영 역시 같은 결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방어적인 표면을 유지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감정을 터뜨려 시청자를 설득한다. 대사보다 침묵과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방식은, 화면 안에서 인물의 심리를 '구도'로 배치할 줄 아는 그의 미술적 감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데뷔 이후 고윤정은 신인상 부문에서 꾸준히 이름을 새겼다. 영화 《헌트》로 2022년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무빙》으로는 2023년 씨네21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와 제5회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시리즈 부문에서도 연기력을 공인받았다. 웹드라마 없이, 짧은 무명 기간만으로 주연급에 안착해 8년 차 배우가 되기까지 쌓아 올린 수상 이력은 그의 성장 곡선이 결코 비주얼에만 기댄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 연도 | 시상식 | 부문 | 결과 |
|---|---|---|---|
| 2022 | 제43회 청룡영화상 | 신인여우상 (헌트) | 후보 |
| 2023 | 제59회 백상예술대상 | 영화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 (헌트) | 후보 |
| 2023 | 씨네21 올해의 시리즈 |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 수상 |
| 2023 | 제5회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여자 신인연기상 (무빙) | 수상 |
| 2024 | 청룡시리즈어워즈 | 신인여우상 | 수상 |
2025년의 고윤정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한 해를 열었다. 이 작품은 2025년 4월 12일부터 5월 18일까지 tvN에서 매주 토·일 방영된 전 12부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외에 함께 공개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세계관을 잇는 스핀오프인 만큼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고윤정은 프랜차이즈의 무게를 짊어진 주연으로서 오이영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안착시켰다. 그의 다음 행보는 스크린이다. 이병헌과 함께하는 영화 《남벌》은 이모개 촬영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고윤정은 강인한 여성 무사로 변신할 예정이다. 조선 초, 왜구에게 납치된 포로를 구하기 위해 대마도로 향하는 무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보일드 무협 액션으로, 2026년 하반기 촬영을 목표로 프리 프로덕션이 진행 중이다. 의학 드라마의 서정에서 사극 액션의 강렬함으로, 고윤정은 또 한 번 자신의 진폭을 넓히는 중이다.